[건강]흡연자 ‘배 속 시한폭탄’ 복부대동맥류 주의보
관리자 2009.05.11
뇌출혈이나 심근경색처럼 흔하지는 않지만 이 못지않게 위험한 돌연사의 주요원인이 있다. 심장과 허리 아래쪽을 연결하는 굵은동맥이 터지면서 순식간에 대량출혈로 이어지는 복부대동맥류다. 복부대동맥류는 여타의 심혈관 질환들에 비해 생소하나 드문 병은 아니다. 전체 인구의 1~4%,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4~9%가 환자일 만큼 유병률이 높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으며 흡연을 하는 남성의 경우 복부 초음파를 이용한 복부대동맥류 선별 검사를 반드시 받을 필요가 있다.

◆ 복부대동맥류란 = 복부대동맥은 심장에서 나온 가장 큰 동맥으로 우리 몸 전체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다. 이 대동맥이 복부 부위에서 혈관내벽이 약화되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경우를 복부대동맥류라 한다.

복부대동맥의 직경은 약 1.5㎝ 내외가 정상이다. 그러나 직경이 3㎝ 이상으로 커지거나 국소적으로 팽창, 50% 이상 확장됐을 경우에 복부대동맥류로 진단한다. 6㎝ 이상이 되면 약 50%가 1년 이내에 파열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파열 위험이 커진다. 대동맥이 파열될 경우에는 대출혈을 일으켜서 쇼크 상태에 빠지고 심장이 멈추면서 사망한다. 

대부분 무증상이어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전체 환자 중 40~50%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한다. 파열된 복부대동맥류 환자의 사망률은 90%를 넘는다. 외과적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복부대동맥류의 수술 성적은 좋아지고 있으나, 파열 직후 응급수술을 실시한 경우에도 사망률이 30~60%로 매우 높다. 하지만 파열 전에 동맥류를 발견한 경우 수술 후 사망률이 2~6% 정도로 확 줄어든다.

◆ 흡연·남성·심혈관질환이 위험 = 복부대동맥류의 가장 흔한 원인은 동맥경화다. 탄력성을 잃은 혈관벽이 혈압을 견디지 못해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 밖에 외상 또는 고혈압, 흡연, 고지혈증, 폐기종, 동맥벽의 염증 등 혈관벽을 약하게 하는 질병들이 원인이 되며, 마르판증후군 같은 유전적 질환을 가진 이도 복부대동맥류에 취약하다. 

한림대의료원 응급의학과 안희철·최정태 교수팀이 2004년 3월부터 2006년 7월까지 응급실로 내원하여 복부초음파검사를 받은 65세 이상 환자 444명(남 185명, 여 259명)을 대상으로 복부대동맥의 직경을 측정한 결과, 남자·흡연·심혈관질환이 있는 경우에서 복부대동맥 직경이 넓어 복부대동맥류의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 환자들의 복부대동맥 최대직경 평균은 2.08㎝였다. 남자는 복부대동맥 최대 직경이 2.17㎝로 여자 2.01㎝보다 더 컸고, 흡연자가 2.16㎝로 비흡연자 2.05㎝보다 컸으며, 심혈관질환이 있는 경우(2.35㎝)가 없는 경우(2.07㎝)와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나이와 뇌혈관질환 유무는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 파열직전까지 증상없어 = 대부분의 복부대동맥류 환자는 어떤 증상도 느끼지 못한다. 일단 상태가 악화되어 증상이 나타나면 심장이 뛰는 것 같은 박동을 배에서 감지하게 되고, 불안감이나 메스꺼움, 구토 증상을 겪을 수 있다. 특별한 통증은 없지만 대동맥류가 터질 만큼 부풀어 오르면 뼈나 장기를 압박해서 배나 허리에 통증이 올 수 있다. 이 때문에 65세 이상 남성 중 흡연, 심혈관질환, 고혈압 등 복부대동맥류의 위험인자를 하나라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복부초음파 검사를 통해 조기에 감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복부대동맥류로 진단이 된 경우 정기 검사를 통해 상태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환자가 증상을 호소하거나 대동맥의 팽창 속도가 빨라서 파열될 가능성이 있을 때 또는 혈관 직경이 5㎝ 이상인 경우에는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은 대동맥류를 절제하고 인조혈관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방을 위해서는 동맥경화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평소 고혈압, 당뇨에 대한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며,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한다. 

＜도움말 = 안희철 한림대의료원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최정태 한림대의료원 강남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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