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 "현대차(車), 유럽을 잡아라"
관리자 2009.09.25
체코 공장 준공식 참여… ''해외 경영'' 전면에 
판매 경쟁 치열하고 현지 공장 가동률도 낮아 
"新車 투입, 마케팅 강화해 유럽서 실력 증명할 것" 

"현대자동차의 진짜 실력을 증명하는 무대는 유럽이 될 겁니다." 

24일 낮 체코 노소비체(Nosovice) 공장 준공식장에서 만난 정의선(39) 현대차 부회장의 목소리는 결연했다. 

이번 체코 공장 준공식은 현대차가 EU 권역 내에 처음으로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는 것 외에 현대·기아차의 해외 공장 준공식 가운데 정몽구 회장 이외의 인물이 주재한 첫 행사라는 의미가 있다. 

◆정 부회장, 현대차 해외 경영 전면에 나섰다 

현대차의 해외 공장 준공식은 정몽구(71) 회장의 지난 10년을 대표하는 ''글로벌 경영''의 신성한 ''의식(儀式)''이었다. 정 회장은 작년 현대차 중국 2공장과 인도 2공장을 비롯, 현대·기아차의 모든 해외 공장 준공식에 한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정 회장의 한 측근은 "정 회장이 이달부터 글로벌 경영의 상당 부분을 정 부회장에게 일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현대차 신차 발표회에 이어 17일 서울에서 신형 쏘나타 발표회를 주재한 정 부회장은 숨 가쁜 출장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을 떠난 그는 곧바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방문했고, 23일 체코 공장으로 옮겨 현대차 및 협력업체 임직원 가족 300여명과 저녁을 같이하며 격려했다. 


  
◆유럽에서 판매와 현지 공장 가동률 상승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정 부회장이 그룹의 해외 행사를 처음 주재하는 장소로 체코 공장 준공식을 택한 이유는 현재 유럽시장이 현대차에 매우 ''도전적''이기 때문이다. 

외견상 판매는 훌륭하다. 현대차의 올해 1~8월 유럽 판매는 22만6000대로 작년보다 20%나 늘었다. 같은 기간 유럽 전체 판매가 8% 감소한 것에 비하면 돋보이는 성과로 유럽에 판매 중인 자동차 회사 전체에서 단연 1위다. 

그러나 생산으로 보면 ''악전고투'' 중이다. 체코 공장의 본격 가동은 작년 말부터 이미 시작됐는데, 연간 생산능력 30만대를 확보한 데 비해 지난달 생산은 7000대에 그쳤다. 자동차 공장은 가동률 60%를 못 넘기면 채산성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판매 확대, 신차 투입으로 가동률도 높이겠다" 

현대차는 지난 23일 유럽에서 작년보다 17% 늘어난 33만6000대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는 유럽 상황에서 매우 공격적인 목표다. 이는 유럽 10여개국에서 중대형차를 폐차하고 소형차를 사면 보조금을 주는 ''폐차 인센티브''가 시행되면서 현대차의 i시리즈 판매가 크게 늘었고, 유럽 소비자들의 인식도 크게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체코 공장의 가동률 저하문제도 신모델 투입으로 내년부터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정 부회장은 이날 "우선 i30의 판매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현재 i30만 생산 중인 체코 공장에 유럽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목적 소형차를 차례로 투입해 유럽 판매와 공장 가동률을 동시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와 관련, "유럽 현대·기아차 공장에서 각각 상대 브랜드 차를 생산하는 데 이어 기아차 미국 공장에서 쏘렌토 외에 현대차 싼타페 후속 모델을 생산하는 등 현대·기아차 공장간 ''교차 생산''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대·기아차가 2012년까지 650만대 생산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년부터 현대차는 더 큰 도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폐차 인센티브제도가 올 연말 종료돼 내년 유럽 판매가 올해보다도 7~10% 줄어들 전망이고, 폴크스바겐 등 유럽 메이커들이 가격을 낮춘 신차를 쏟아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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